형의 표정이 꼭 새벽 공기 같았다. “왜 날 다시 여기로 보낸 줄 알아?” 날카로운 이면 속에 감춰진 외로움이 보였다. “난 벌받는 거야.” “…….” “내가 태어난 자체가 벌인 줄 알았는데. 아니, 난 벌을 이제야 받는 거야. 시험대 위에 놓인 내 세상은 실패했어. 그래서 그걸 만회하러 온 거야.” 그리고 그 외로움 속에는 형과 내가 갈라섰던 그때의 순간이 선명하게 담겨 있었다. “다시 잘해 보자고 욕심 안 부릴게. 내가 너무 보기 싫더라도… 내가 너무 밉더라도 만회하게만 해 줘.” “하나만 해.” “…….” “용서를 빌 생각이면 용서만 빌고, 단념할 생각이면 단념만 해.” 깊고도 어두운 새벽이 서서히 밀려나고 있었다. 빛을 발하며 존재감을 드러낸 해가 조금씩 제 영역을 넓혀 가고 있었다. “용서 빌면, 받아 줄 거야?” “……아니.” 복잡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보이던 형이 내게서 등을 돌렸다.
***
나는 수직으로 향했던 손을 내려 축축하게 젖은 형의 가운을 구깃 쥐었다. 내게 스며들었던 빗물이 이제는 형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형은 조용히 다가와 내 머리 위로 우산을 펼쳤다. 바보, 등신, 멍청이. 형은 내가 과거로 돌아온 지 67일 만에 틈을 내주기 시작했다. 그날은 형이 소말리아로 떠나기 19일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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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의 표정이 꼭 새벽 공기 같았다. “왜 날 다시 여기로 보낸 줄 알아?” 날카로운 이면 속에 감춰진 외로움이 보였다. “난 벌받는 거야.” “…….” “내가 태어난 자체가 벌인 줄 알았는데. 아니, 난 벌을 이제야 받는 거야. 시험대 위에 놓인 내 세상은 실패했어. 그래서 그걸 만회하러 온 거야.” 그리고 그 외로움 속에는 형과 내가 갈라섰던 그때의 순간이 선명하게 담겨 있었다. “다시 잘해 보자고 욕심 안 부릴게. 내가 너무 보기 싫더라도… 내가 너무 밉더라도 만회하게만 해 줘.” “하나만 해.” “…….” “용서를 빌 생각이면 용서만 빌고, 단념할 생각이면 단념만 해.” 깊고도 어두운 새벽이 서서히 밀려나고 있었다. 빛을 발하며 존재감을 드러낸 해가 조금씩 제 영역을 넓혀 가고 있었다. “용서 빌면, 받아 줄 거야?” “……아니.” 복잡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보이던 형이 내게서 등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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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직으로 향했던 손을 내려 축축하게 젖은 형의 가운을 구깃 쥐었다. 내게 스며들었던 빗물이 이제는 형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형은 조용히 다가와 내 머리 위로 우산을 펼쳤다. 바보, 등신, 멍청이. 형은 내가 과거로 돌아온 지 67일 만에 틈을 내주기 시작했다. 그날은 형이 소말리아로 떠나기 19일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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