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동생의 야반도주로 대신 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된 리체.
환영 무도회에서 천하의 망나니라 소문난 황자, 레스터를 맞닥뜨린다.
본의 아니게 황자의 비밀을 엿들은 리체는 그와 비밀스런 동맹을 맺게 되는데.
***
‘그만 돌아갈까…….’
하고 생각하는 찰나, 불쑥 튀어나온 손이 리체의 팔목을 잡아챘다. 끌어당기는 힘을 따라 순식간에 좁은 복도 사이로 접어든 리체가 눈을 크게 떴다.
“......!”
“쉿.”
등에 차가운 벽의 감촉이 느껴졌다. 뭐라 말하려는 그녀의 입가에 레스터가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드디어 찾았군. 주정뱅이 아가씨.”
“황자님?”
“이런 곳에서 혼자 뭘 하고 있어? 마실 와인을 가지러 왔나?”
한쪽 팔로 벽을 짚고 선 레스터가 장난스럽게 고개를 기울여 리체를 내려다보았다. 단단해 보이는 몸을 감싼 셔츠의 어깨와 팔 부분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처음 보았을 때 유리알처럼 맑던 푸른 눈동자는 어두운 색채로 가라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