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말해주시겠습니까? 내 아내가 무슨 경험이 있다는 건지.” “남편분이 모르셨을 리는 없을 텐데요. 유산한 경험이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현은 믿겨지지가 않았다. 유산이라니…… 2년간 다른 남자가 있었다는 것인가? 그가 우려했던 일이 이것이었나? “언제였는지 알 수 있습니까?” “유산 말인가요? 정확한 것을 원하시면 부인의 진료기록을 확인해 보시면 아실 겁니다. 공단이나…….” “됐습니다.” 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진료실을 나와 버렸다. 가라앉혔던 감정들이 다시 폭발하려고 했다. 유리파편에 다쳐 피가 흐르는데도 자신의 감정에만 치우쳐 방관해 버렸던 것이 미안해 찾아왔는데, 더 큰 복병이 있을 줄이야.
“당신이 원하는 게 이혼이라고 장담하나?” “2년 전에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너무 늦었다고 생각할 뿐이에요.” “2년 전, 당신이 남의 아이를 유산했을 때를 말하는 건가? 그 아이 때문에 내 곁에서 떠날 생각을 했었나? 당신…….” “당신이라는…… 남자…….” 어둠이 내려앉아 있어 짙어지는 수연의 눈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목소리에 들어있는 깊은 감정. 그 감정도 가식적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왜, 내게 모질다고 할 건가? 모진 건 당신이야. 내 인생에서 당신이라는 존재…….” 현은 말하다가 말문이 막혀버렸다. 문득 수연이 자신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막연하기만 했다. 그냥 결혼하면서부터 아내라는 자리에 있었고, 퇴근하면 그를 맞아주는 여자라고만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에 끝을 맺지 못했다. “내가 대신 말해 줄까요? 당신에게 있어 나라는 존재.” 수연의 비아냥거림에 현은 초점 없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당신에게 있어 나라는 존재는 그냥 거기에 있던 사람이었고, 욕정을 느꼈을 때 욕정을 풀 수 있는 대상일 뿐이었어요. 그렇게 2년을 보냈어요. 당신이라는 남자…… 나에겐 없는 존재였으면 좋겠어요. 나한테 모질다고 했죠? 당신이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가 가혹하리만치 모질다는 것은 상상이나 해봤어요? 권현이라는 남자, 나에게 더 이상 매력 없는 남자일 뿐이에요. 그래요, 그런 당신을 볼 수 없어서 눈을 돌렸어요. 그렇게 생각하고 이혼해 줘요.”
<작가 소개>
저자 : 김수연
필명 : 아르휘나 일상에 지쳐 있을 때 좋아하던 로맨스를 써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글쓰기. 새드도 나름 좋아하지만 언제나 해피엔딩에 가슴 설레고 글을 쓸 때마다 남자 주인공에 푹 빠져 글쓰기를 좋아한다.
“다시 한 번 말해주시겠습니까? 내 아내가 무슨 경험이 있다는 건지.” “남편분이 모르셨을 리는 없을 텐데요. 유산한 경험이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현은 믿겨지지가 않았다. 유산이라니…… 2년간 다른 남자가 있었다는 것인가? 그가 우려했던 일이 이것이었나? “언제였는지 알 수 있습니까?” “유산 말인가요? 정확한 것을 원하시면 부인의 진료기록을 확인해 보시면 아실 겁니다. 공단이나…….” “됐습니다.” 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진료실을 나와 버렸다. 가라앉혔던 감정들이 다시 폭발하려고 했다. 유리파편에 다쳐 피가 흐르는데도 자신의 감정에만 치우쳐 방관해 버렸던 것이 미안해 찾아왔는데, 더 큰 복병이 있을 줄이야.
“당신이 원하는 게 이혼이라고 장담하나?” “2년 전에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너무 늦었다고 생각할 뿐이에요.” “2년 전, 당신이 남의 아이를 유산했을 때를 말하는 건가? 그 아이 때문에 내 곁에서 떠날 생각을 했었나? 당신…….” “당신이라는…… 남자…….” 어둠이 내려앉아 있어 짙어지는 수연의 눈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목소리에 들어있는 깊은 감정. 그 감정도 가식적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왜, 내게 모질다고 할 건가? 모진 건 당신이야. 내 인생에서 당신이라는 존재…….” 현은 말하다가 말문이 막혀버렸다. 문득 수연이 자신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막연하기만 했다. 그냥 결혼하면서부터 아내라는 자리에 있었고, 퇴근하면 그를 맞아주는 여자라고만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에 끝을 맺지 못했다. “내가 대신 말해 줄까요? 당신에게 있어 나라는 존재.” 수연의 비아냥거림에 현은 초점 없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당신에게 있어 나라는 존재는 그냥 거기에 있던 사람이었고, 욕정을 느꼈을 때 욕정을 풀 수 있는 대상일 뿐이었어요. 그렇게 2년을 보냈어요. 당신이라는 남자…… 나에겐 없는 존재였으면 좋겠어요. 나한테 모질다고 했죠? 당신이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가 가혹하리만치 모질다는 것은 상상이나 해봤어요? 권현이라는 남자, 나에게 더 이상 매력 없는 남자일 뿐이에요. 그래요, 그런 당신을 볼 수 없어서 눈을 돌렸어요. 그렇게 생각하고 이혼해 줘요.”
<작가 소개>
저자 : 김수연
필명 : 아르휘나 일상에 지쳐 있을 때 좋아하던 로맨스를 써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글쓰기. 새드도 나름 좋아하지만 언제나 해피엔딩에 가슴 설레고 글을 쓸 때마다 남자 주인공에 푹 빠져 글쓰기를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