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신께서 우리 중 하나라면’, 조안 오스본(Joan Osborne)의 노래 ‘One of us’의 한 소절이다. 교회 목사님이나 천주교 신부님의 강론말씀처럼 성스러운 교화의 어구로 가득한 이 곡의 가사처럼 절대자께선 지저분한 거지의 모습으로 그리고 낯선 행인으로 지금 이 순간 우리들과 함께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가정 아래 ‘만일 나에게도 이런 일이 생긴다면?’ 이라는 또 하나의 가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브루스 올마이티](Bruce Almighty)는 ‘어느 날 갑자기 내게 전지전능한 신의 능력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와 다른 한편으로 ‘우리 인간이 신의 입장에서 얼마나 투정꾼이고 이기적인 자기합리론자인지, 어디 입장 한번 바꿔볼까!’라는 재미있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동물탐정 [에이스 벤추라]이후 실로 오랜만에 제자리를 찾은 듯 절대적 권위를 손에 쥔 주연 짐 캐리는, 시트콤 [프렌즈]의 연인 제니퍼 애니스톤과 아버지처럼 든든한 노장 모건 프리먼과 호흡을 맞춰 스크린을 온통 휘젓는다. 짐 캐리의 원맨쇼를 더욱 재밌게 만들어 주는 양념은 역시 사운드트랙. <케이블 가이>에서 제퍼슨 에어플레인의 명곡 ‘Somebody to love’를 직접 노래하며 가창력을 뽐냈던 그가 이번에는 영화의 주제가격인 ’One of us’를 흥얼거리며 팝스 파노라마를 펼친다. 비록 오리지널 송으로 들을 수 없다는 게 흠이긴 하지만 말이다. 여가수 조안 오스본의 1995년 히트앨범 [Relish]에 수록된 이 곡은 빌보드차트 싱글4위, 모던 록 7위에 오르며 팝 팬들에게 애청되었던 곡이다. 신의 영역을 논하는 만큼 ‘God’이 들어가는 제목의 노래가 유독 많은 오리지널사운드트랙은 90년대 히트 팝에서부터 모던 록까지 다양한 장르의 노래들이 주인공 브루스의 7일간의 행적을 뒤쫓는다.

롤링 스톤스 리드싱어 믹 재거의 솔로앨범 [Goddess in the doorway](2001) 수록곡 ‘신은 내게 모든 걸 주셨네’(God gave me everything: 록차트24위)가 그레이스를 기다리는 파티장면에서 애이브릴 라빈의 ‘당신과 함께’(I’m with you)로 이어지고, 실연한 브루스가 그레이스에게 용서를 구하는 사인을 보내는 신(scene)에는 얼터너티브 록 넘버 ‘God-shaped hole’이, 그리고 모던 록그룹 버티컬 호라이즌의 히트 곡 ‘당신은 하느님’(You’re a god: 모던 록15위)은 자신의 과오를 깨닫고 고장 난 차량을 밀어주고 동료 앵커를 축하해주는 등 ‘하느님은 좋은 분’문구 피켓을 들고 부랑자와 함께 선행을 몸소 실천하는 장면에 적절히 삽입되었다. 이외에도 사운드트랙에는 스냅의 ‘The Power’(댄스차트1위를 차지하며 1990년 댄스플로어를 강타한 스매시히트 곡), 엘비스 프레슬리의 ’A little less conversation’(Junkie XL이 재해석한 테크노버전), 팻보이 슬림의 빅 비트 테크노 ‘Rockafeller skank’ 등의 다색다종 팝음악들이 사용돼 즐거운 웃음을 자아낸다. 스코어는 가족영화 [라이어 라이어], [캣츠 앤 독스], [스파이 키드] 영화음악을 맡았던 존 데브니(John Debney)가 작곡했다. 목관악기, 현악, 피아노가 주도하는 풀 오케스트라는 여느 로맨틱 코미디 영화음악처럼 관객들에게 포근함과 즐거움을 주며 가벼운 합창이 가세해 종교적 경외감을 더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