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님 [Snooze]

거창하게 ‘음악’이 아니라 노래하는 것이 마냥 좋아서 하루라도 노래를 부르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 줄 알았던 시기가 어릴 때부터 머리가 제법 클 때까지 한참 있었고, 어쩌면 지금도 그럴지 모르겠다. 비록 나의 노래가 없었지만, 누군가가 불렀을 노래들을 나의 목소리로 부른다는 건, 나의 존재에 대한 확인이었고 또 불확실한 무언가에 대한 분출구이기도 했다. 그러다 잠시 내가 진심으로 음악..아니 노래하는 걸 좋아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게 된 적이 있었다. 그 때 발견한 고등학교 3학년 때 수능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쓴 다이어리…빼곡하게 적어놓은 자율학습시간의 국영수 공부 일정들 속에서 ‘꼭 음악은 아니더라도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고야 말겠다’라고 적어놓은 것을 보고, ‘아…나는 그런 사람이야’라고 왠지 모를 희열을 느끼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음악에 대한 꿈을 접어 본적은 없다. 화려한 무대 위의 화려한 뮤지션을 꿈꾸기 보단 소소하게 내 삶을 반영해 낼 수 있는 음악을 언젠가는 하고 말리라…

지금까지의 나의 음악 생활이 내게 많은 것을 배우게 해주고 또 나의 잠재력을 깨우치게 해줬던 통기타 동호회 내에서의 것이었다면, 지금부터라도 찬찬히 내 색깔을 입혀가고 싶다.

운좋게도 부산에서 활동하던 통기타 동호회에서 인연이 있었던 장미여관 강준우씨의 도움으로, 그리고 나에 대한,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로 항상 자신감과 믿음을 보여주는 나의 아내 윤진영씨의 도움으로 나의 첫 곡 녹음을 마쳤고, 나의 첫 목소리를, 아직은 채울 것이 많은 나의 목소리를 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