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블루스가 활동 41년째를 맞았다. 그래서 새롭게 내놓은 앨범 타이틀은 ‘40+1’이다. 41과 40+1은 그 느낌이 많이 다르다. ‘+1’이 붙었다는 건 41년을 이어간다는 의미보다 뭔가 새로운 첫걸음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인 듯하다. 이번 신촌블루스의 앨범은 이전 앨범과 비교할 때 커다란 차이 하나가 있다. 바로 단 한 명의 보컬리스트만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미희다. 강미희는 신촌블루스의 비공식 베스트 앨범 [신촌 블루스 Collection Lights](1997)에 참여해 ‘건널 수 없는 강’을 수록했던 보컬리스트다. 2024년 밴드의 40주년을 앞두고 발표한 [More Better Blues](2024)에 ‘L.A. 블루스’와 ‘당신이 떠난 뒤에도’로 참여해 신촌블루스의 음악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은 바 있다.
엄인호의 활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국내 음악인을 꼽자면 신중현이다. 이는 이미 그의 여러 인터뷰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신중현과 마찬가지로 그는 보컬리스트, 작곡자, 기타리스트이며 밴드 내의 보컬리스트를 조련시키는 조련사다. 신촌블루스는 객원으로 참여했던 보컬리스트가 자립하기 전 거쳐 가는 인큐베이터로서의 역할도 담당했다. 강미희 혼자 보컬을 맡았다는 외적인 특징과 함께 앨범에서 처음 눈에 들어오는 건 신중현 커버곡 두 곡이 담겼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신의 진로에 영향을 준 거장에 대한 오마주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미 신중현의 음악은 신촌블루스, 혹은 엄인호의 앨범에서 한 번씩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신촌블루스의 데뷔앨범에서 박인수가 부른 ‘봄비’는 물론, 네 번째 앨범 [Rainy Day Blues](1992)에서 엄인호가 직접 부른 ‘잊어야 한다면’이 있었고, 엄인호가 프로듀서로 참여한 정경화의 [화답](2005)에는 ‘꽃잎’과 ‘바람’이 실렸다. 그리고 이번 앨범에서 ‘꽃잎’과 ‘바람’을 다시 끄집어냈다. 이 두 곡은 이후 발매될 LP에서 각각 앞면과 뒷면의 첫 곡으로 낙점됐다.
정경화의 버전에 비해 다소 느리게 다시 편곡된 이정화 원곡의 ‘꽃잎’에서 강미희는 앞선 앨범에서 보여준 퇴폐적이고 몽롱한 섹시미에 더해 강력한 파워를 선보이며 엄인호가 왜 처음으로 ‘원 톱’ 보컬을 내세웠는지를 확실하게 증명한다. 김정미 원곡의 ‘바람’은 정경화의 버전과 유사한 편곡이지만, 촘촘한 공격성을 배제하고 여백과 여유를 통해 지난 20여 년 동안 원숙해진 신촌블루스의 현재 모습을 보여준다. 신중현 커버곡 두 곡을 제외한 나머지 수록곡은 호쾌한 혼 섹션의 과감한 배치로 전작의 스택스 쏘울 사운드를 계승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는 이후 이어질 신촌블루스의 음악에도 꾸준하게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40+1’이라는 타이틀이 새로운 첫걸음이라는 의미를 내포했다고 이야기했지만, 그 첫걸음이 단절이 아니라 계승과 발전이라는 것은 앨범을 듣는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신촌블루스의 지난 40년이라는 시간에 강미희라는 메인 보컬 한 명이 확실하게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지난 앨범처럼 보컬리스트의 이름이 아니라 신촌블루스라는 밴드 이름으로 발표되었다는 점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엄인호의 탁월한 선구안을 다시금 증명하는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