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범아, 내 아들아 한 번만 나를 불러다오 찬바람 속을 걸어도 좋고 빈손으로 살아도 나는 좋구나 네 얼굴 한번 바라보면 헛헛한 마음도 배부르며 네 집 대문 아래 서 있는 것만으로 옷 한 벌 걸친 듯 따뜻해지니 애비야, 내 아들아 한 걸음만 내게 내어다오 어멈아, 내 며늘아 한 번만 나를 불러다오 손주의 웃음소리 들으며 노을이 지는 저녁을 같이 보내고 싶구나 달이 바뀌고 해가 넘어도 보고 싶은 건 너희 얼굴들이니 가려 해도 갈 수 없는 이 늙은 운명을 어찌하랴 애미야, 새 아가야 한 번만 나를 품어다오 아가야, 내 손주야 한 번만 나를 데려다오 너의 아비 품어주던 정 이 가슴엔 아직도 남았건만 할미를 탓할 것이냐 너의 아비를 책망할 것이냐 품 안에 길렀던 자식도 세월 따라 멀어지기만 하니 아가야, 내 손주야 한 번만 나를 불러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