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전작을 통해 보다 진보적이고 안정된 블루스와 강렬한 하드 록을 들려주었던 레드 제플린은 세 번째 앨범에서 기존에 하지 않았던 시도와 함께 포크 음악의 영향과 색채를 확연히 드러냈다. 전통음악을 편곡한 'Gallows Pole'과 부드러운 선율의 'Tangerine', 'That`s The Way', 그리고 'Bron-Y-Aur Stomp'('황금의 언덕'이라는 의미의 웨일즈 어인 '브로너르아이르'는 지미 페이지와 로버트 플랜트가 휴가를 보냈던 웨일즈 주 스노도니아에 위치한 18세기 식 전원주택의 이름이다) 등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B면의 곡들은 완전한 어쿠스틱 사운드로 이루어져 있다.
당시 영국의 포크 신은 무척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고, 중세의 신비주의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지미 페이지가 자신들의 사운드에 (신비적인 분위기의 표출을 위한 도구로서) 포크를 도입한 것이나 영국 포크 록의 거장 로이 하퍼에게 바치는 독특한 분위기의 'Hats Off To (Roy) Harper'를 수록한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다.
물론 저 먼 고대의 바다로부터 건너온 듯한 로버트 플랜트의 신비로운 외침과 잊을 수 없는 스타카토 리프로 전개되는 하드 록 'Immigrant Song'과 존 폴 존스의 어지러운 현악 편곡이 담긴 'Friends', 그리고 밴드 최고의 음악적 성과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는, 내면 깊숙한 감성을 자극하여 최고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해주는 감동적인 블루스 록 'Since I`ve Been Loving You'가 있기에 앨범은 더욱 빛을 발한다. 앨범은 미국에서 4주간 1위에 올랐고 영국에서는 1위에 오른 이래 40주 동안 차트에 머물러 있었다.
전면 커버의 안쪽에 회전시킬 수 있는 원판을 넣어 패널에 뚫린 11개의 구멍으로 멤버들의 얼굴을 비롯한 현란한 색채의 이미지를 볼 수 있게 디자인 한 세련된 팝 아트 형식의 변형 커버는 이 앨범이 지닌 또 다른 매력이다. 지미 페이지는 오래 전 만난, 자크론(Zacron)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이던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리처드 드류(Richard Drew)에게 앨범의 디자인을 의뢰했고 게이트폴더의 3면을 채우는 비행기와 비행선, 꽃과 나비, 새, 자동차 등의 이미지와 함께 잊을 수 없는 앨범 커버를 탄생시켰다. (글/ 음악 평론가 김경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