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선 또 어떤 추억의 음악으로 우리 심금을 울리고 있을까? 아마 지금까지 그가 썼던 음악가운데 가장 현대적이라고 할 수 있는 곡인데, 그 곡이 바로 비지스의 '67년 히트곡인 Holiday이다. 이 숨막히는 추격전에서 난데없이 이상향과도 같은 '휴일'을 노래하다니, 혹여 막다른 골목에서 고통스러운 현실을 잊고자 함일까? 아니면 이런 나른하고도 서정적인 곡을 통해서 역설적으로 비정한 살인을 극화하려는 것은 아닐까? 특히, 맨 마지막의 결투 장면에선 30여명의 관현악단의 연주곡으로 폭발할 듯한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는데, 그 곡이 바로 '최후의 결투'라 명명되어진 곡. 게다가 송대관의 노래 '해 뜰 날'을 과감하게 비튼 리메이크 버전을 통해서 영화의 극적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아는 노래에 대한 익숙함과 180도로 비틀어버린 그 파격적임이 조화를 이룬 이 곡은, 여성 보컬 조유진을 위시로 한 4인조 언더그라운드 밴드 체리 필터의 리메이크. 게다가 '주연을 위한 아리아'처럼 심금을 울리는 여성의 허밍이 사운드트랙에 클래식적인 색감을 부여한다. 물론 지금 엔니오 모리꼬네의 영화음악과 유사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지만, <8월의 크리스마스>, <정사>, <약속>을 고급스럽고 서정적인 스코어를 들려줬던 조성우와 <미술관옆 동물원>로 소개된 신세대 작곡가 김대홍의 감각이 팽팽하게 맞물린 것만은 사실이다. 비지스의 명곡 Holiday가 '99년 이 한반도에 가장 대중적인 매체를 통해서 출몰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사운드트랙.gmv 1999년 09월 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