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우린 사람도, 짐승도, 아무것도 아니었다. 휘두르는 칼질 한 번에 우린 목이 날아가고, 배가 갈리고, 사지의 하나를 잃었지만 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황제가 내린 천년기재란 칭송도, 대학사가 고개를 숙이게 만들었던 학식도, 수백 편의 서책을 담은 지식도 내 가족을 가르는 칼날을 막지 못했다. 붓은 칼보다 강하다던 성현의 말씀이 개소리라는 걸… 난 그날 핏속에 누운 아내와, 팔다리가 잘려 나간 딸아이를 보며 뇌리에 각인하고, 뼈에 새겨 넣었다. 살아난다면… 살아남는다면… 결단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날아드는 칼날을 바라보며 그렇게 덧없는 각오를 품었다.
그에게 우린 사람도, 짐승도, 아무것도 아니었다. 휘두르는 칼질 한 번에 우린 목이 날아가고, 배가 갈리고, 사지의 하나를 잃었지만 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황제가 내린 천년기재란 칭송도, 대학사가 고개를 숙이게 만들었던 학식도, 수백 편의 서책을 담은 지식도 내 가족을 가르는 칼날을 막지 못했다. 붓은 칼보다 강하다던 성현의 말씀이 개소리라는 걸… 난 그날 핏속에 누운 아내와, 팔다리가 잘려 나간 딸아이를 보며 뇌리에 각인하고, 뼈에 새겨 넣었다. 살아난다면… 살아남는다면… 결단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날아드는 칼날을 바라보며 그렇게 덧없는 각오를 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