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핏빛 같은 붉은 색이다. 어디에 있는 건지 종잡을 수 없다. 암흑처럼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검은 암흑은 아니었다. 붉은 색 천지였다. 건물도 없고, 길도 없었다. 붕 떠있는 듯 바닥도 보이지 않았다. 망망대해처럼 끝없이 펼쳐진 공간에는 풀 한 포기 없었고, 인기척도 없었다. 그저 붉은 안개가 그윽하게 깔린 것처럼 시야가 흐렸다. 공기가 탁하지는 않았다. 숨을 쉬는 데는 문제없었다. 몸을 한 바퀴 돌려 주변을 둘러봤다. 안개… 안개뿐인가? 손을 뻗었다. 붉은 공기가 엉키듯이 손에 파고들었다. 하지만 감촉은 없었다. 살아있는 공간이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죽어 있는 공간도 아닌 듯 했다. 지상이 아니다. 천상도 아니고, 지옥도 아니다. 깊고 암울한 느낌만 있을 뿐 공간은 호흡하지 않았다. 윤곽 없는 투명함만이 고요하게 퍼져 있었다. 한발 내딛었다. 바닥을 밟는 안정성은 없었다. 맨발인 발바닥은 차가움도, 따스함도 전해오지 않았다. 그러나 균형을 잃지는 않았다. 또 한발 내딛었다. 몸은 움직이나 붉은 공간은 정지되어 있었다. 의문이 싹텄다. 왜. 아득한 것이 가슴에 닿았다. 아련한 서러움. 쓰라리다. 가슴골에 예리한 바늘이 쑤시고 들어오는 느낌이 났다. 곧 그 아래 복부까지 도려내는 느낌. 아프다. 심장이 울었다. 짓눌리는 듯 몸이 내려갔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공허가 굽힌 내 등을 밟고 지나갔다. 없다. 아무도 없다. 손을 내밀어도 잡아줄 사람은 없다. 아프다. 눈에서 액체가 흘러나왔다. 눈물. 감각은 없다. 물이 뺨을 타고 흐르는 것만 본능적으로 감지할 뿐이다. 왜… 묻는다. 왜… 대답해주는 이는 없다.
온통 핏빛 같은 붉은 색이다. 어디에 있는 건지 종잡을 수 없다. 암흑처럼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검은 암흑은 아니었다. 붉은 색 천지였다. 건물도 없고, 길도 없었다. 붕 떠있는 듯 바닥도 보이지 않았다. 망망대해처럼 끝없이 펼쳐진 공간에는 풀 한 포기 없었고, 인기척도 없었다. 그저 붉은 안개가 그윽하게 깔린 것처럼 시야가 흐렸다. 공기가 탁하지는 않았다. 숨을 쉬는 데는 문제없었다. 몸을 한 바퀴 돌려 주변을 둘러봤다. 안개… 안개뿐인가? 손을 뻗었다. 붉은 공기가 엉키듯이 손에 파고들었다. 하지만 감촉은 없었다. 살아있는 공간이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죽어 있는 공간도 아닌 듯 했다. 지상이 아니다. 천상도 아니고, 지옥도 아니다. 깊고 암울한 느낌만 있을 뿐 공간은 호흡하지 않았다. 윤곽 없는 투명함만이 고요하게 퍼져 있었다. 한발 내딛었다. 바닥을 밟는 안정성은 없었다. 맨발인 발바닥은 차가움도, 따스함도 전해오지 않았다. 그러나 균형을 잃지는 않았다. 또 한발 내딛었다. 몸은 움직이나 붉은 공간은 정지되어 있었다. 의문이 싹텄다. 왜. 아득한 것이 가슴에 닿았다. 아련한 서러움. 쓰라리다. 가슴골에 예리한 바늘이 쑤시고 들어오는 느낌이 났다. 곧 그 아래 복부까지 도려내는 느낌. 아프다. 심장이 울었다. 짓눌리는 듯 몸이 내려갔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공허가 굽힌 내 등을 밟고 지나갔다. 없다. 아무도 없다. 손을 내밀어도 잡아줄 사람은 없다. 아프다. 눈에서 액체가 흘러나왔다. 눈물. 감각은 없다. 물이 뺨을 타고 흐르는 것만 본능적으로 감지할 뿐이다. 왜… 묻는다. 왜… 대답해주는 이는 없다.